왜 하필 이 제목이죠? 04. KNOCKERS
 













끊임없는 앙가주망이 중요하다는 사르트르가 내세운 주장은 이러하다.

“조직과 사회가 들이대는 척도를 보며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고 완전한 자유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예술 작품처럼 창조해 내야만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다.”

어려운 철학이나 배움을 통하지 않아도 살아가며 어렴풋이 우리는 위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분명 같은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말로 풀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고 누군가는 학술적으로 기록하는 재주를 또 누군가는 이들에게는 없는 감각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여기 북촌에 자리잡은 테일러샵인 KNOCKERS의 대표님은 끊임없는 앙가주망을 하는 사회의 일원임에 틀림없음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개인의 삶을 더욱더 개인답게 살아가는 KNOCKERS의 박지현 대표님과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다.

<왜 하필 이 제목이죠?>

우리가 만난 우리의 아주 사적인 예술가들.
4. KNOCKERS










CHAMBER: 소개를 해달라.

KNOCKERS: 박지현. 41세다. 북촌에서 테일러샵을 운영하고 있다.

CHAMBER: 현재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였나?

KNOCKERS: 회사를 다녔다. 인사팀에서 교육을 담당했다.

CHAMBER: 지금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 상상된다. 전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KNOCKERS: 심플하다. 오랜 연차의 선배들의 모습을 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 인생의 종착지가 회사가 아니었으면 한다는 것. 그래서 과감하고 용감하게 30살에 퇴사를 결정했다.










CHAMBER: 30살에 퇴사를 결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후에 KNOCKERS를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좀 더 해달라.

KNOCKERS: 할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 양장점을 운영하셨고 오랜 시간 테일러로 일하셨다. 어린시절 보고 자라며 당시에는 테일러링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랬던지 흥미롭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퇴사 이후 남자를 벨류업 해줄 수 있는 것이 단연 수트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도 나라에서 신설한 테일러 아카데미에 들어가 정식으로 공부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였다(난 기본적으로 옷을 엄청 좋아한다). 동시에 시작한 일이 패션 컨설턴트였다. 10년 전 남성 패션은 상당히 부흥이었다. 방송에 패널로도 출연을 했고 남성복 전문가로도 인정받았다. 그 경험들을 토대로 지금의 KNOCKERS도 시작하게 되었다.

CHAMBER: 개인적으로 남성복에 테일러링을 공부한다는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테일러로서의 생각이 궁금하다.

KNOCKERS: 테일러링을 공부해야지만 좋은 실루엣과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치만 이 공부가 인체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깊은 관여를 하고 있어서 무시를 할 수가 없다. 기준을 가지고 여러가지로 트위스트를 해서 만드는 단단함이 있기야 하겠지만, 반면에 이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원칙을 깨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통 테일러나 재단사나 메이커의 마인드는 정해져있는 밸런스를 깨는 두려움이 있다. 반대로 테일러링을 전문으로 한 사람이 황금비율을 깨면서 새로운 밸런스나 비율을 만들어내고 눈을 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CHAMBER: 공감한다. 마지막 언급한 새로운 밸런스와 비율을 만들어낸 디자이너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KNOCKERS: 일본의 꼼데가르송 옴므 DEUX. 수트를 또 패션의 다른 형태로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영감을 받았다. 이를테면 톰브라운도 수트의 새로운 접근. 딱딱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입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일반 테일러들은 그저 좋은 원단으로 메이킹적인 접근 즉, 장인정신으로 접근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는가 싶었다.











CHAMBER: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테일러가 천직이라 여기는가?

KNOCKERS: 그렇다. 천직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KNOCKERS는 단순히 테일러링만을 하는 곳은 아니다. 컨설턴트로서의 역량을 테일러 샵에도 적용시키고 있다. 본래의 테일러 샵은 수트를 맞추는데 집중하는데 반면, KNOCKERS는 여러가지 퍼스널 스타일리스트의 역량을 녹여냈다. KNOCKERS가 노크를 하면 솔루션을 드린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컨설팅을 통해 니즈를 충족시키는 즉, 해답을 찾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운영한다. 실제 고객들을 스타일링을 하고 SNS에 공유. 체형이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성별과 나이대를 고려하며 스타일을 제안한다. 헤어샵도 추천해준다. 안경 또한 추천해준다. 고객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접근을 지금까지 해왔다. 테일러링도 천직이고 사람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내게 고객과의 만남이 즐거운 이 일은 정말 천직이라 말할 수 있다.

CHAMBER: 나 또한 자주 듣고 자란 말 중에 하나가 남자는 수트다 라는 말이다. 테일러로서의 생각이 궁금하다.

KNOCKERS: 맞춤 수트를 꼭 한번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취향과 체형 또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면서 고르게 된다. 피팅 단계에서 더 수정해볼 수도 있고 또 입으면서 느껴지는 경험들의 차원에서 요즘은 옷을 입을 때 스스로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옷에 녹아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맞춤 정장이 남자에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젊어서 어울리는 수트와 늙어가며 어울리는 수트가 남자의 존엄성을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체형이 무너지는데 이런 것들을 보완 시켜주고 나이가 어려도 체형을 도드라지게 해준다. 또한 나이와 장소와 때에 상관없이 격식을 지켜주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CHAMBER: 패션업에 종사한 연차가 꽤 쌓였는데도 아쉽게도 제대로 된 수트가 한 벌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말리부 샌들과 매치한 수트가 더 돋보인다. 설명해달라.

KNOCKERS: 너무 정장스러운 느낌이 아닌 캐주얼한 느낌으로 말리부 샌들과 매치했다. 안감도 없는 디자인의 수트이다. 말리부 샌들과의 협업에 응하게 된 이유가 클래식 수트를 하는 많은 양장점이 클래식함과 고증, 고집을 지키지만 현시대의 수트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거 같다. 다양한 스타일이나 다양한 복식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여러가지 스타일을 믹스매치 하는 것 또한 많이 한다. 수트를 딱딱한 옷으로만 활용하기 보다는 디자인이나 소재로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도록 권한다. 이러한 면에서 말리부 샌들도 수트와 함께 소화할 수 있겠다 라는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 카키/베이지 컬러의 말리부 샌들을 복숭아 뼈가 드러나는 10부 기장의 테이퍼드 핏에 턴업이 된 캐쥬얼한 느낌의 팬츠와 이탈리안 스타일로 테일러링 된 어깨 패드가 생략되고 캐쥬얼한 아웃포켓이 배치된 자켓을 입었다. 일반적인 시어서커가 아닌 카키/올리브가 교차된 시어서커 원단을 선택했고 어깨에도 자연스러운 로프셔링을 주었다. 캐쥬얼하면서 화려한 디테일이다. 빼놓을 수 없는 컬러 조합도 너무 좋다.

CHAMBER: 정말 보기 드문 훌륭한 매치다. 앞으로의 패션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KNOCKERS: 10년 전에 컨설턴트를 시작할 때, 남성 패션 산업은 정말 작았다. 종류도 적었고 옷을 살만한 곳도 별로 없었다. 쇼핑 자체를 할 수 있는 곳이 손가락에 꼽혔다. 지금은 패션 시장이 커졌다. 다양한 스타일이 유행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한번씩 다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단계가 지나가고 유행을 따라가는 분위기나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 시장이 되면 좋겠다. 유행을 따라 가는 것이 볼륨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기 주관 개성이 도태된다. 지금 현 산업에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는 그런 시장이 되길 바란다. 현 일본의 남성 패션 시장이 그러하다고 본다. 이 시기를 지나면 분명 한국의 패션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다.










CHAMBER: 공감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이라 의견을 덧붙이기 조심스럽지만 자기 자신만의 것을 의복으로 녹여낼 수 있는 시장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휴가는 다녀왔는가?

KNOCKERS: 인풋이 부족한 거 같아서 작년말 올해초 유럽을 한 달씩 두 번을 다녀왔다. 일본도 다녀왔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자극을 줄만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휴가로 떠나게 된다면 어김없이 일본으로 가고 싶다. 도쿄를 가서 이세탄 맨즈 , 꼼데가르송 , 이세이 미야케 , 비즈빔을 브랜드 차원에서 파워를 느껴보고 싶다. 현재 기성복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브랜드로 만들어야 우리답고 앞으로 힘을 가질까 생각을 했을 때 일본 브랜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CHAMBER: 휴가 계획이 일하는 계획과 같게 들린다. 어떤가? 일하는 재미와 돈버는 재미가 같다고 여기는가?

KNOCKERS: 다르다. KNOCKERS에서 맞춤을 할때 예복이라고 하면 누군가의 삶에 특별한 순간에 깊은 관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것을 돈버는 재미와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른 의미에 아주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두개를 나눈다면 돈 자체 보다도 일이 줄 수 있는 행복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패션적인 것을 매치하고 라이프 스타일로 이어내는 것이 돈이 드는 일이기에 떼어놓을 수는 없다. 수트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의류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 재미가 있다. 전문 테일러이지만 더 폭넓게 나는 패션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CHAMBER: 긴 이야기로 시간을 너무 많이 뺐었다. 즐겁게 응해주어 감사하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을 좋아하고 사랑한 나로서는 현재의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 궁금했던 KNOCKERS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감사하다. 더욱더 KNOCKERS다운 KNOCKERS를 기대하겠다.











오늘도 출근길에 박지현 대표님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수트를 맞추고 그들의 모습을 이곳 북촌을 배경으로 담고 계셨습니다. 담은 고객들의 모습이 또 정성껏 맞춘 수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영원한 것으로 오랜 시간 남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가지고 싶던 옷의 소매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모습에 “우리 아들이 이걸 입으면 근사하겠네!” 라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저의 작은 몸 위에 걸쳐준 아버지의 모습과 온기 그리고 여전히 옷장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그 옷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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