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 제목이죠? 03. 아티장 크로아상 by 아티장 베이커스
 












아티장 크로아상이 문득 궁금해진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애플 파이가 너무 맛있어서."

사과가 그렇게 양껏 가득 찬 애플 파이가 너무 오랜만이었고 양껏 찬 사과가 그렇게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반가웠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그 맛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애플 파이를 생각나게 했다. 오랜만이면서 반가웠고 그리웠다.

단순한 문제도 명쾌해야 마땅할 인식들도 우리는 복잡하게 살아낸다. 타의든 자의든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애플 파이를 먹고서 몇십년 전의 기억 속으로 던져지는 공교로움을 겪는다 하여도 결국에 결론은 "맛있다" 인 것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이야기가 아무리 장황하고 길쭉할지라도 결론 만큼은 단순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나는 이를 통해 단순함이 가지는 순수함과 투명함에 속을 비워낸다.



<왜 하필 이 제목이죠?>


우리가 만난 우리의 아주 사적인 예술가들.


3. 아티장 크로아상 by 아티장 베이커스








CHAMBER: 소개를 해달라.

아티장크로아상: 김진모. 54세다. 북촌에서는 아티장 크로아상을 한남에서는 아티장 베이커스를 운영하고 있다.


CHAMBER: 현재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였나?


아티장크로아상 :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25년간 일했다.


CHAMBER: 25년이라면 굉장히 긴 시간이다. 더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다.


아티장크로아상 : 처음에는 MD로 일했다. 브랜드를 맡아 상품을 구성하고 기획했다. 그 다음 전사 기획팀으로 옮겼고 10꼬르소꼬모의 팀장으로 지냈다. 그 후로 발망, 릭오웬스 그리고 꼼데가르송의 팀장으로 지내다 전사 영업전략팀 팀장이 맡은 마지막 직책이다.


CHAMBER: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아티장을 시작하기 전의 경력은 굉장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제빵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티장크로아상 : 모두들 그렇겠지만 어려서부터 빵을 무척 좋아했다. 사회 초년생일 때 회사 디자이너 선배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제빵 클래스에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해서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재능을 발견했다. 손으로 반죽 동글리기를 하는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못해서 내가 모두 해줬다. 클래스에서 가장 빵을 잘 만드는 수강생이었다. (웃음). 내가 만든 빵을 집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하길래 그때부터 책을 보면서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 그렇다고 퇴사하고 제빵사를 하기에는 현실이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승진도 잘했다. 그러다 팀장급 이상 보직을 맡으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극심해지고 몸도 아프더라. 그래서 자연스레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회사 생활처럼 완전하게 주체적일 수는 없는 일이 아닌 스스로가 하고 싶고 행복한 일을 찾았다. 와중에 결정한 것이 제빵이다. 생각을 해보니 생각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오늘까지 왔다.









CHAMBER: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주는 행복감에 공감이 된다. 제빵에도 카테고리가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크로아상을 전문적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아티장크로아상: 제빵 또한 유행에 민감하다. 패션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유행처럼 번져나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순간 반짝하는 군의 빵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유행의 범주에서 벗어난 프랑스의 크로아상이나 이탈리아의 치아바타와 같은 클래식한 빵을 만들고 싶었다. 꾸준하게 누군가가 찾는 그런 빵을 만들고 싶었다.


CHAMBER: 제빵 안에서도 더 자신에게 잘 맞는 카테고리를 찾은거 같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일하는 재미와 돈버는 재미가 같다고 생각하지는 궁금하다.


아티장크로아상: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재미와는 무관하게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해서 오는 기분이 아니라 정성 들여 만든 빵들을 폐기해야하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나의 의식과는 별개로 단순하게 질문에 답을 하자면 같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재미가 있고 매일이 같은 매출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돈을 번다는 것에 일하는 재미는 돈버는 재미를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CHAMBER: 나 또한 같은 고민을 하며 산다. 요즘은 그런 고민을 할때면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쉬어가는 것도 필요한가보다 싶다. 혹, 10일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아티장크로아상: 너무 바쁘게 살았다. 여유가 없었고 쉼도 없었다. 하루가 아닌 10일씩 주어진다면 더더욱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고 이왕이면 유럽으로 가고 싶다. 도시가 아닌 근교로 가서 캠핑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요즘 티비에 방영하는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프로를 즐겨보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여행지 중에 스위스로 가보고 싶다. 아, 3편에 보니 노르웨이가 나오던데 여기도 가보고 싶다. 캠핑을 평소에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프로에 나오는 여행과 캠핑이 조화를 이루는 여행지를 보면 다 가보고 싶다.


CHAMBER: 유럽이라고 하니 재미난 질문이 떠올랐다. 유럽에는 유난히 노천 카페가 많다. 그 곳에 말리부 샌들을 신고 앉아 먹고 싶은 빵이 있나?


아티장크로아상: 그러고 보니 지금 신고 있는 말리부 샌들의 색상도 흡사 빵의 겉면 색상과 비슷하다. (웃음). 노천 카페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담백하고 고소한 버터와 달콤한 초콜릿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뺑오쇼콜라를 먹고 싶다. 아! 타격감이 좋은 에스프레소나 따뜻한 룽고가 빠질 수는 없겠다. 노천 카페에 쳐진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더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CHAMBER: 이번 6월에 파리로 출장을 간다. 추천대로 노천 카페에 앉아 말리부 샌들을 신고 뺑오쇼콜라를 먹어보겠다. (웃음). 공통되게 묻는 질문이 있다. 이 곳, 북촌까지 오게 된 계기가 있나?


아티장크로아상: 북촌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80년대의 모습과 내가 살아갈 2000년대의 모습을 함께 담고 있는 이 곳이라면 누구든 오고 싶어 하지 않을까?



CHAMBER: 공감한다. 나 또한 북촌에 비슷한 이유로 왔다. 왠지 전생에 이 터에 살았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웃음).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말리부 샌들을 신고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어떤가?

아티장크로아상: 나는 평발이라 샌들을 평소에 신지 않았다. 헌데 말리부 샌들은 편하다. 착용감이 정말 좋다. 아치 부분도 잘 받쳐주고 발볼이 넓은데도 편하다. 타 브랜드 샌들은 몰드가 좁은 제품이 많이 쓸리거나 까지는 경우가 있었다. 밑창도 생고무라 마모에 강할 것 같고 스웨이드 재질이 치노 팬츠와도 궁합이 아주 좋다. 휴양지에서는 린넨 소재의 쇼츠와 무척 잘 어울릴 것 같다. 쉬는 날 매장에서 반죽 작업을 하면서 신어보니 땀도 안차고 너무 편하게 작업했다. 괜히 아껴 신고 싶은 마음에 밀가루가 붙을까봐 좋은 날 외출할 때 신으려고 한다.








CHAMBER: 같은 소재지에 같은 자영업자로 만난 인연으로 너무 많은 질문들을 한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무척 즐겁게 긴 답변을 주어 감사하다. 여담이지만 아티장의 애플 파이는 정말 맛있다.

아티장크로아상: 정성껏 만든 빵을 맛있게 먹어주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북촌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


CHAMBER: 앞으로의 아티장 베이커스 & 아티장 크로아상이 전진하고 밀도감 있게 확장해나가기를 바란다.


오늘 아티장 크로아상 by 아티장 베이커스와의 대화를 정리하면서 문득 든 생각은

"그래서 이 대화의 목적은?" 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사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화에서 사람을 듣고 말하고 인지하고 인식하고 비로소 "아! 사람이구나!" 하는 다소 너무 당연한 것을 과장하는 이 깨달음이 다소 너무 당연하다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빈번한 깨달음은 아니지 않나 여겼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 이어가고 있는 아주 사적인 이 컨텐츠가 비단 저만의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마무리를 하는 이 시점에 들다니... 제대로 집중을 한게 맞구나 싶어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합니다. 매주 업데이트 하려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까지 뻗어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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